Date_and_coffee_meal_in_Shabwa_Yemen사진 출처 / markdroberts.com

 

쭈야(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빈센트 반 고흐가 가장 즐겨 마셨다는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모카 마타리 커피 생산지 예멘은 한때 실크로드 해상 교역의 중심지이자 향료와 커피로 유명한 나라였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 남북 분단 이후 계속된 대치와 무력 통일, 독재 정권과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 속에 경제는 파탄 나고 국민들은 가난해졌다. 반세기 사이에 예멘은 세계적인 항구 도시 국가에서 중동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남아있는 모든 것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인권단체 ‘예멘데이터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때 시작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 이후 지난 6월까지 총 1만 6천 847차례의 공습이 발생됐다. 그중 3분의1이 폭격이 비군사 목표물, 즉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향했다.

예멘의 수도 사나시는 폐허로 변했다. 1만 명 이상 사망하고, 수만 명이 부상당했으며 3백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현재 주요 구호물자와 자원이 오가는 호데이다 항구는 집중공격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했고, 예멘 주민 1천만 명 이상이 아사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에는 콜레라도 창궐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예멘 사람들을 난민으로 내몰았나?

무엇이 이 끔찍한 살상과 파괴를 낳는 전쟁을 끝나지 않게 하는 걸까? 무엇이 예멘 국민에게 난민의 옷을 입혀 8천 킬로 너머 제주로 오게 한 걸까? 이미 반세기 전부터 최빈국인 예멘의 정부군과 반군이 이런 거대하고 무차별적이고 파괴적인 폭격을 가능하게 할 무기를 가지고 있었을리는 만무하다. 사실 예멘 내전의 진짜 싸움꾼은 정부군 뒤에 있는 사우디 연합군(사우디, UAE, 바레인 등)과 후티 반군의 뒤에 있는 이란이다. 그리고 싸움을 끝나게 하기는커녕 더욱 부추기는 것은 정부를 등에 업은 방산 업체들이다.

미국은 지난 8년 동안 124조 8천억 원어치의 무기를 사우디에 팔아치웠다. 무분별한 폭격으로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진 2016년 12월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미국 정부는 사우디로의 스마트 폭탄 무기 수출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 해 트럼프는 다시 사우디와 123조가 넘는 무기거래계약을 체결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여러 무기거래 강대국이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해 이익을 봤다. 더 많은 무기를 팔아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하는 방산 업체의 야욕은 정부와 기업을 로비하여 예멘 내전의 장기화를 만들었다. ‘비전2030’을 선포한 사우디와 UAE의 무기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있고, 이는 전 세계 방산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해 앞 다투어 중동 무기 수출에 열을 올리게 만들고 있다. 무기 거래 시장에서 예멘은 큰 돈벌이가 되는 핫한 전쟁놀이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8년 내전으로 35만 명의 희생자와 630만 명의 난민(국가 내 피란민도 620만 명에 달한다)이 발생한 시리아보다 더 많은 민간인 희생자와 난민이 발생될 것이다.

중동에서, 예멘에서 한국산 무기가 발견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내전의 장기화라는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방산 한류’를 표방하며 사우디에 국방과학연구소를 설치하고 기업들은 방산전시회에서 첨단 무기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그에 앞서 이미 최근 2~3년 간 인터넷에 중동의 여러 분쟁 지역과 내전 지역에서 한국의 무기들이 사용된 사진과 동영상이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2016년 9월 예멘 후티 반군이 정부군으로부터 획득한 무기들에서 발견된 한화 수류탄 (출처 @YemeniObserv)

2016년 9월 예멘 후티 반군이 정부군으로부터 획득한 무기들에서 발견된 한화 수류탄 (출처 @YemeniObserv)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체 개발하고 LIG 넥스원이 생산한 대전차유도미사일 현궁이 예멘의 후티 반군공격에 사용되었다. (출처@SAUD_POWER)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체 개발하고 LIG 넥스원이 생산한 대전차유도미사일 현궁이 예멘의 후티 반군공격에 사용되었다. (출처@SAUD_POWER)

올해 초 200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아프린주 공습에 사용된 한국산 전차들(출처Haber Kritik/동영상)

올해 초 200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아프린주 공습에 사용된 한국산 전차들(출처Haber Kritik/동영상)

한국제 수류탄에 입을 맞추는 사우디 군인들 (출처 @SAUD_POWER)

한국제 수류탄에 입을 맞추는 사우디 군인들 (출처 @SAUD_POWER)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 만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2010년 이후 중동지역으로 수출된 한국 무기의 종류와 규모를 정보 공개 청구해 보았다.

정보공개청구

받은 답변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고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얼마나 많은 한국산 무기가 중동과 예멘에서 쓰였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한국은 국가 행정에 대한 시민의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나라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에서 특히 무기 거래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더욱 어렵다. 국익, 안보, 경제, 미국과의 동맹 상황을 고려한 정보 보호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늘 앞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받은 답변의 문장들은 ‘중동으로의 대대적인 무기 수출이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니, 괜히 들쑤셔서 국익에 반하는 행동 하지 말아라.’로 읽혔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발견되는 사진과 동영상들은 예멘인들의 삶이 파괴된 그 시간, 그 장소에 한국산 무기가 존재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 6월 예멘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었을 때 외교부는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 속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과 예멘 지역에서 목격된 한국산 무기가 확인되고 있는 지금, 정부가 진짜 “책임”져야 하는 일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한국이 예멘 내전의 장기화에 일조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무기가 쓰인 곳에 평화가 존재한 역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다.

출처 Yahya Arhab / EPA-EFE

출처 Yahya Arhab / EPA-EFE

지난 8월, 수십 명의 ‘살아남은’ 예멘 어린이들이 사우디 주도의 국제연합 공습에 항의하며 수도 연합에 모여 피켓을 들었다. 한 아이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 왜 나는 죽어야 하나요? 왜 나는 당신들의 평화를 위해 죽어야 하나요?”